“방황하는 친구 위해 ‘특별한 학교’ 양보해야죠” __광주일보
페이지 정보
본문
“작업장학교에서 친절한 선생님들과 소중한 친구를 얻었어요.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물건을 보고 행복해 하는 사람을 보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보람도 얻었어요.”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내 ‘작업장학교’. 이곳에서 만난 류현상(19)군은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목공예를 배우며 시급을 받고 있는 그는 작업장학교가 지금껏 경험했던 일터와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류 군은 그러나, 하루빨리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대답은 의외였다.
“지금 이곳에 여섯 명이 있는데요, 제가 빨리 떠나야 다른 친구들이 들어올 수 있어요. 작업장학교에서 저희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리고 저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이제 저는 다른 곳에서도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어요. 그러니 더 어려운 상황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싶어요.”
그는 작업장학교에서 자신이 가진 행복을 타인에게 양보할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었다.
중학생시절, 틀에 박힌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학교와 가정을 벗어나고 싶었다. 결국 지난 2011년 집을 나온 후 막연히 거리를 배회하다가 부산까지 가게 됐다. 돈은 없었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고픔은 피할 수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고 잠잘 곳을 찾기 위해 당장 일을 시작했다. 식당과 PC방에서 일을 하며 ‘세상의 민낯’을 발견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임금을 체불하고, 욕설을 퍼붓는 ‘어른들’을 보며 학교 밖 세상을 만났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먹고 자는 비용 때문에 항상 빈털터리였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종이배가 된 심정이었다. 목표도, 희망도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았다. 최근 작업장학교가 출발한다는 소식에 문을 두드렸다. 사실 큰 기대보다는 당장 일할 곳이 필요해서였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이제 그는 대학에 진학해서 사회복지사로서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또래를 돕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러면서 이곳이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많아요. 그러나 일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는지 깨닫게 해주는 일터는 많지 않아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요. 그동안 일했던 곳에서는 욕하고 나무라기 일쑤였죠. 하지만 작업장학교에서는 실수를 하면 오히려 격려해주며 다음에 더 잘해보자고 이야기해주세요. 우리 사회가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을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들이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어요.”
/글·사진=양세열기자 hot@
- 이전글광주광역시, 기관연합 아웃리치로 청소년에 상담.대안교육 정보 등 제공 15.11.03
- 다음글[이용교 교수 복지 상식]학교밖 청소년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15.06.04